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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게으르게 만드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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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덕분에 일은 빨라졌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느꼈다.

#Note
마지막 수정일:

하루가 다르게 AI 모델이 발전하고, 이를 이용한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지고 있다. 개발 직군은 물론 비개발 직군까지 AI를 필수 도구로 활용하는 요즘, 역설적으로 AI가 나를 포함한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게을러진다는 것은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바로 '생각의 게으름' 을 의미한다.

우선, 내가 요즘 느낀 변화는 사람들이 에러 메시지를 잘 읽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면에 빨간 줄이 뜨면 본능적으로 에러 문구를 복사하거나 스크린샷을 찍어 AI에게 던진다. 무엇이 문제인지, 왜 이런 오류가 발생했는지 스스로 고민하기보다 AI가 내놓을 정답만을 기다린다.

chatgpt-copy

결과가 당장 돌아오니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에 대한 갈증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결과에는 상관없다. 웬만한 에러는 AI가 해결해 주니까.

새로운 기능을 구현할 때도 마찬가지다. 로직을 설계하고 예외 상황을 고민하기 전에 Claude에게 "이러한 기능을 만들어줘"라고 요청한다. 역시나 결과에는 지장이 없다. 이제는 웬만한 사람보다 AI가 코드를 더 잘 짜주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행동들은 AI 이전에도 존재했다. 오류가 나면 Stack Overflow에서 답변을 복사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땐 이전 작업자들이 해놓은 코드를 찾아 그대로 복사해서 조금만 고쳤을 뿐이다. 다만 지금은 이러한 과정들을 더 빠르고, 더 많은 코드베이스를 읽으며 AI가 대체하고 있을 뿐이다.

stack-overflow

이 과정이 예전에는 1시간이 걸렸다면, 지금은 5분이면 되기에 생각을 하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이러한 시대 흐름 속에서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세워보았다.

첫째, AI가 내려준 응답을 모두 읽는다.

AI가 짜준 코드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반드시 한 줄 한 줄 이해하려고 노력 한다. "왜 이 함수를 선택했을까?", "이 구조가 최선일까?", "혹시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AI를 단순히 코드를 대신 짜주는 도구가 아니라, 내가 리뷰해야 할 '시니어 개발자'로 대우하며 대답을 분석한다. 시니어에게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그 논리를 파고들 때, 나도 AI도 함께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기본기에 대한 학습 대한 의지를 놓지 않는다.

자연어로 코딩하는 시대가 왔으니 이제 프로그래밍 언어는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AI가 코드를 짜고 수정할 것이기에 "코드는 더 이상 읽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그렇게 개발해도 결과물은 작동하기에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초에 개발자라면 프로그래밍 언어 자체를 자연어처럼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사람이 코드를 읽지 않아도 된다면, 기계어로 결과를 내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럴 수 없다. 결국 모든 프로그램은 인간이 구축해 놓은 운영체제, 브라우저, 인프라 위에서 동작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AI가 모든걸 다시 구축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결국 프로그래밍 언어와 라이브러리, 프레임워크의 동작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AI가 1,000줄의 코드를 훌륭하게 짜주더라도, 결국 문제는 단 1줄의 코드에서 터지기 마련이다.

AI의 발전 속도가 너무나 무섭기에, 오늘 쓴 이 글이 내일이면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편함을 선택하려 한다. 정답을 바로 확인하기 전에 에러 메시지를 한 번 더 들여다보고, AI가 제안한 깔끔한 코드 뒤에 숨은 의도를 파헤쳐보고.. 편리함에 길들여져 질문하는 법을 잊어버리는 순간,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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