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의 법칙 (Hick's Law)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결정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다. 힉의 법칙의 원리와 UI 설계 적용 사례를 살펴보자.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고르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앱을 끈 경험이 있다면, 이미 힉의 법칙을 경험한 것이다. 선택지는 많을수록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의 결정을 지연시키고 피로하게 만든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결정에 걸리는 시간도 늘어난다. 이 관계를 정리한 것이 힉의 법칙(Hick's Law)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우리는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비된다."- 배리 슈워츠 (Barry Schwartz, 『선택의 심리학』 저자)
1952년, 영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에드먼드 힉(William Edmund Hick)과 레이 하이먼(Ray Hyman)은 선택지의 수와 반응 시간 사이의 관계를 실험으로 측정했다.
실험 결과,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반응 시간이 단순히 선형적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은 모든 선택지를 하나씩 비교하지 않는다. 대신 선택지를 분류하고 좁혀 가며 판단한다. 이 때문에 반응 시간은 로그 함수 형태로 증가한다.
이 발견은 이후 힉-하이먼 법칙(Hick–Hyman Law)으로 정리되었으며, 오늘날 UX 설계 원칙의 기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힉의 법칙은 다음 수식으로 표현된다.
T = b * log₂(n + 1)
T: 결정에 걸리는 시간b: 경험적으로 결정되는 상수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n: 선택지의 수
선택지가 2배로 늘어날 때마다 결정 시간은 일정량씩 증가한다. 선택지 1개에서 2개로 늘리는 것과, 16개에서 32개로 늘리는 것이 결정 시간에 미치는 영향이 같다는 의미다. 이 원리의 핵심은 선택지의 절대적인 수보다, 선택지가 늘어나는 비율이 인지 부하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힉의 법칙은 선택지를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느끼는 결정 비용을 줄이는 데 있다.
내비게이션 메뉴 항목을 최소화하거나, 드롭다운 옵션 수를 줄이면 사용자는 더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당근마켓의 동네 설정 기능을 살펴보자.
특정 동을 기준으로 거래 범위를 조절할 때, 실제 반경 안에는 수십 개의 행정동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모든 동네를 직접 선택하게 하지 않는다. 대신 ‘가까운 동네 ~ 먼 동네’를 잇는 몇 단계의 슬라이더만 제공한다.
중요한 것은 실제 행정동 수를 줄인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인식해야 하는 선택의 단위를 줄였다는 점이다. 복잡한 지역 탐색 문제를 단순한 거리 감각으로 치환하면서 탐색 비용을 크게 낮춘 셈이다.

만약 힉의 법칙을 고려하지 않고 주변 행정동 수십 개를 리스트 형태로 나열해 직접 고르게 했다면 어땠을까? 사용자는 동네 설정을 하기도 전에 피로감을 느끼고 이탈했을지도 모른다.
모든 기능을 한 화면에 노출하는 대신,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단계적으로 선택지를 제공한다.

Next.js를 쉽고 빠르게 설치할 수 있는 명령어인 npx create-next-app@latest 의 경우를 살펴보자.
npx create-next-app@latest를 실행하면 옵션마다 2~3개의 선택지를 순서대로 제시한다.
TypeScript 사용 여부, ESLint 설정, App Router 사용 여부 등을 한 번에 모두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현재 단계에서 필요한 질문만 노출한다.
전체 설정을 한꺼번에 보여주지 않고 단계별로 분리했기 때문에, 각 시점의 인지 부하를 낮추면서도 빠르고 세밀한 커스텀 설정이 가능해진다.
힉의 법칙은 선택지를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선택지를 과도하게 제거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찾지 못하거나, 맥락에 맞지 않는 기본값을 강제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급 사용자를 위한 설정까지 모두 숨겨버리면, 오히려 원하는 기능을 찾기 위해 더 깊은 탐색이 필요해질 수 있다. 이는 단기적인 단순화가 장기적인 사용성을 해치는 사례다.
따라서 힉의 법칙을 적용할 때는 다음 질문을 함께 고려해보자.
- 이 선택지가 사용자의 목표 달성에 꼭 필요한가?
- 선택지를 숨기거나 묶었을 때 오히려 탐색 비용이 늘어나지 않는가?
- 기본값이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적합한가?
UX법칙은 설계 결정을 뒷받침하는 도구이지, 모든 상황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규칙이 아니다.